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녀온 뒤 유독 짜증이 심해졌다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엔 단순한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짜증 뒤에는 아이 몸속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 호르몬 반응이 있었습니다. 18개월에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겪은 저의 경험과, 이후 공부하며 알게 된 내용을 솔직하게 나눠봅니다.

코르티솔: 적응한 것처럼 보여도, 몸은 다른 신호를 보낸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울지 않고 등원하면 "적응했구나"라고 안심하게 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18개월이 되던 시점에 복직 전 미리 적응시키려고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고, 두 달쯤 지나니 아이가 크게 울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린이집에 다녀온 날 저녁마다 아이가 유독 예민하고 짜증을 많이 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는 코르티솔(cortisol) 수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쉽게 말해 몸이 위협을 감지했을 때 자동으로 켜지는 경보 물질입니다. 정상적인 경우 코르티솔은 아침에 가장 높고 낮 동안 점차 감소하는 일주기 리듬(diurnal rhythm)을 보입니다. 여기서 일주기 리듬이란 하루 24시간 주기에 따라 호르몬, 체온, 수면 등이 자동으로 오르내리는 생체 패턴을 말합니다.
문제는 36개월 미만 아동이 양육 시설에 맡겨졌을 때 이 리듬이 깨진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립아동보건 및 인간발달연구소(NICHD)의 연구에 따르면, 가정에서 양육된 아동과 달리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아는 오후에도 코르티솔 수치가 감소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패턴이 관찰되었습니다(출처: NICHD). 입소 5개월 이상이 지나 겉으로 적응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에게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저는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이가 울지 않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는데, 아이의 몸은 조용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니까요.
복직 후 심각해진 문제행동, 우연이 아니었다
제가 복직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가 친구 물건을 빼앗고, 조금만 화가 나도 심하게 울거나 물건을 던졌습니다. 결국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이 저희 아이를 무서워한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정말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지속적인 고코르티솔혈증(hypercortisolism), 즉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상태는 편도체(amygdala)를 과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편도체란 뇌에서 공포와 분노 같은 감정 반응을 담당하는 부위로, 이 부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사소한 자극에도 폭발적인 감정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캐나다 퀘벡 주의 저렴한 공보육 정책 도입 이후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어린이집 이용률이 증가하자 아동의 과잉행동, 충동성, 공격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출처: 캐나다 국립경제연구소 NBER).
저는 복직 후 피곤함에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날이 많았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가 집에 와서도 엄마의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입니다. 어린이집 스트레스와 가정에서의 애착 결핍이 동시에 누적되면서 아이의 문제행동이 폭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맞벌이를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 자신이 그 상황에 있었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으니까요. 다만 그 구조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코르티솔이 장기간 높게 유지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영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해마(hippocampus) 위축으로 인한 기억력 저하. 해마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뇌 부위입니다.
- 면역 시스템 억제로 인한 잦은 감염 및 면역력 저하
- 편도체 과민 반응으로 인한 불안, 공격성, 충동 조절 어려움
- 문제행동이 학령기 이후까지 지속되거나 심화될 가능성
부모의 충분한 관심과 바뀌어야 할 것
저는 결국 다시 육아휴직을 선택했습니다. 어린이집을 지금 당장 그만두기는 어려웠지만, 하원 후에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놀아주는 시간을 매일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모-자녀 간의 반응적 상호작용(responsive interaction), 즉 아이의 신호에 즉각적이고 따뜻하게 반응해주는 방식이 코르티솔 조절과 안정적 애착 형성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다니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주 30시간 미만으로 줄이거나, 담임 교사와의 안정적 애착 관계를 점검하는 것도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건 부모 개인의 노력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36개월까지 가정보육을 선택해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소득이 유지되는 구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놀이발달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실을 보면 이제는 온 나라가 나서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결국 사회 전체를 살리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육아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발달이나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소아과 전문의나 발달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YZBdedYeA4&list=PLQ0MMXuaXutjjQlYmeOcYoi2LFLJ5OJXG